내가 공인 영어 시험을 준비했던 이유는 학벌 때문이다. 학벌에 미련이 남아서 편입학에 지원했었다. 내가 지원했던 대학들은 지원자격으로 토익(TOEIC), 텝스(TEPS), 토플(TOEFL) 등의 공인 영어 점수를 요구했다. 말하기 쓰기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텝스와 토익을 준비했다. 시중에 있는 개념서와 기출 문제집들을 풀었다.
최대점은 각각 뉴 텝스 336/600점, 토익 915/990점이었다. 토익 점수는 만료돼서 사진이 없다. 낮은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합격하기 위해선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필요했다. 점수가 오르지 않아 준비기간 내내 불안감에 빠졌었다. 영어 공부에 분명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데, "왜 점수가 오르지 않는 걸까?" 이 의문은 편입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편입 합격 후에 전공 공부를 하느라 바빠졌고 자연스럽게 영어 점수에 관한 의문은 사라졌다.
학교를 졸업할 쯤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다시 영어 공부를 해야했다. 이번엔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능력을 배양하려고 한다. 미드, 영드, 영문 고전 소설 등을 통해 말이다. 원서를 읽고, 영어로 나만의 생각을 쓰고 말하는 연습을 할 것이다.
과거에 토익을 준비하면서 정체기를 맞이했었다. 심지어 점수가 확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 나는 공부 방법이 잘못됐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히려 점수가 더 떨어질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시험에 얽매이지도 않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다. 이제 단순히 문제집을 많이 푸는 양치기 공부법 대신 제대로 된 영어 실력을 길러보고 싶다. 그리고 토익과 텝스 시험도 다시 한 번 응시하고 싶다. "시험 점수가 과연 오를까?"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 같다.